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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체적인 여성의 로맨스 영화, 제인 에어

by 집순이의 삶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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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인 에어> 공식 포스터

1. 고전 소설, 제인 에어의 21번째 영상화

 

<제인 에어>는1847년 영국, 브론테 자매로 유명한 첫째(죽은 두 명의 언니를 제외하면), 샬롯 브론테의 고전 소설이다. 나온지 2세기나 지난 영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설이다. 나는 그 고전을 영화화한 것 중에서 2011년 개봉한 <제인 에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캐리 후쿠나가가 감독으로, 제인 에어 역으로 미아 바시코프스카, 로체스터 역으로 마이클 패스벤더가 나왔다. 이 영화는 지혜롭고, 주체적인 고아, 제인이 가정교사로 갔다가 명문가의 귀족,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이다.

 

2. 고딕 장르의 선구자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소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소설은 고딕 소설이기도 한다. 고딕 소설란 공포 소설과 로맨스의 요소가 결합된 장르이다. 보통 소설에서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고딕 소설라면 떠올리는, 고저택에서의 미스테리, 남자주인공이 숨기는 비밀은 <제인 에어>가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영미권 고딕 장르의 클리셰인 '순진한 여자가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남자가 사는 음습한 저택으로 들어가 사건을 겪는다'라는 전개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레베카>, <나사의 회전>, <크림슨 피크가 대표적>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영상쪽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영화 <가스라이팅>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3. 주체적인 여성상인 제인 에어

 

제목이 제목인 만큼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일단 지금 시각으로 제인을 보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이 시대에 여성은 예쁘거나 가문에 돈이 많아야 결혼을 잘 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시기에 소설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그 시대를 다루고 있는 영화도 현대인의 시각보다는 시대적 배경을 알고 봐야 한다. 작중(영화와 소설 둘다) 제인은 고아이다. 고아라서 외숙모의 집에서 지내다가 기숙학교에 들어가서 학대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렇지만 제인은 꼿꼿하고 바른 여성으로 자란다. 그러다가 기숙학교 선생을 그만두고 첫 직장을 얻은 것이 로체스터가 다스리는 영지가 있는, 손필드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제인은 그곳에서도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것을 잘 드러내는 대사가 있다.

 

"저 지평선이 한계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와요. 상상으로라도 뛰어넘으려고 해봐야죠."

 

이 말은 제인이 얼마나 주체적인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제인은 로채스터와 대화를 할 때도 그것이 잘 드러난다. 돈을 지불하면 대화 상대가 되어주겠냐는 로채스터의 말에 자기의 의견을 차분하고 우아하게 전달한다.

 

"격의 없는건 좋아도 무례한건 누구도 용납 못해요."

 

로채스터를 사랑하게 된 이후에도 제인은 주체적이다. 거기다가 로채스터의 비밀을 알게 되어 떠나는 순간에도 제인은 주체적이다.

 

"저 자신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그 대사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뽑은 명대사이다. 이 대사로 제인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인지 알 수 있다.

 

4. 성인이 된 제인 에어 위주로의 각색

 

제인 에어는 각색하는 것이 어렵기로 소문난 책이다. 아니, 그건 모든 소설을 영상화하는데, 나올 수 있는 어려움이다. 그래서 각색이 중요한 법이다. 이 소설이 나온지는 100년이 넘었고, 여러 버전의 영상이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고전 소설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이 소설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유년 시절 이야기를 과감하게 축약하고, 가정교사가 된 제인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선택과 집중으로 성인이 된 제인이 겪는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어떤 심리인지 더 집중한 것이다.

 

5. 정적이고 잔잔한 영상미

 

서정적인 영상미가 특히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의 감정에 따른 배경의 변화가 탁월하다. 제인이 걸어다니는 길, 자연, 풀, 꽃 한 송이조차 정적인 미를 살렸다. 그래서 인물이 서 있는 배경 하나하나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복식이나 건물 양식에 대한 재현도 준수하게 잘한 편이다. 또한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를 떠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진행하여서 극의 진행 순서를 비틀면서도 원작의 향취와 분위기는 잘 담아낸 편이다. 그것이 영화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호평한 이유이다.